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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는 풍선을 타고 다니는 남자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풍선을 타고 어머니에게 날아왔을 때,
당연하게도 어머니는 무척 놀란 한편
머리에 묶고 있던 긴 끈을 풀어, 엉겁결에 아버지를 나무에 묶었습니다.
그날은 더할 나위 없이 이상한 날이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공원 의자에 앉아 있던 어머니에게
기억을 먹는 아이가 다가와 어머니의 기억들을 먹고 사라지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풍선을 타고 다니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나무에 묶인 채로 한숨을 돌리고, 어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풍선에 매인 몸이 되어, 풍선이 날아가는 대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모처럼 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어머니는 당신의 손목에 아버지의 손목을 묶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창 틈으로 들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날아가기 쉬웠기에
어머니는 아버지가 날아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신경 써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식탁에 매여 식사했습니다.
침대에 매여 잠을 잤습니다.
어머니의 다리에 매여, 태어나는 저를 받았습니다.
어딘가로 외출할 때면 어머니의 손목에 매여 걸었습니다.

풍선을 타고 다니는 아버지를 모두 이상하게 바라보았지만, 두 분은 행복했습니다.
오히려 풍선 덕에 다른 부부보다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있는 시간은 두 분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 분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혼자 외출을 할 때면, 아버지는 꼼짝없이 집안 어딘가에 묶여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일할 수 없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일하러 다니기 시작하자
처음엔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어머니를 기꺼이 기다리던 아버지도
언젠가부터 그 시간을 견딜 수 없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 날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거실 탁자에 묶어두고 외출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는 울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다시 날아다니는 편이 낫겠어.”
“그렇지만 여보. 당신은 날아다니면서 너무 지쳐 있었잖아요.”
“그래. 하지만 이렇게 늘 여기서, 당신이 오기만 기다려야 하는 게 더 힘들어.”
“그렇다면 이제부턴 어디든 함께 다녀요. 언제나 당신과 함께 다닐게요.”
“여보. 그건 풍선을 타고 다니게 되는 것보다 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잖아.”
어머니는 우는 아버지를 붙들고 함께 울었습니다.

그날 밤, 어머니는 현관 문을 활짝 열어놓은 다음
잠든 아버지를 침대에 묶어놓았던 끈을 조용히 풀었습니다.
아버지는 잠든 채로 어디론가 날아갔답니다.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기에,
어릴 적부터 듣고 또 들어온 이 이야기가 진짜인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발견한, 화장대 서랍 안쪽에 곱게 개켜 있던 낡고 긴 끈이
바로 아버지를 묶고 있던 끈이 아닐까 상상해볼 따름입니다.
아버지가 정말
풍선을 타고 다녔다면 말입니다.



영진공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