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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중앙조정위원회

"님포매니악", 성애의 외피에 암시와 비유를 담은 영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애호가 성애자와 함께 "님포매니악" 볼륨 1 마지막 상영날 볼륨 1만 보고 2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볼까 하는 마음으로 감상하였는데 ... 딱 재미난 부분에서 볼륨 1이 끝나더군요! 마치 임성한 작가의 끊기 신공을 보는 듯한 신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동시에 머리를 움켜쥐고 악! 하는 짧은 비명을 토한 뒤 우리는 홀린듯이 볼륨 2를 예매했고 사이좋게 커피 하나씩 빨면서 도합 5시간동안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친구가 너무 겁을 줘서 지루할까봐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기덕같은 감독이라면서, 서사적인걸 별로 안좋아하면 엄청 지루할거라고 겁을 얼마나 주던지 ...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니 생각 이상으로 설명을 잘 해주는 아주 친절한 영화더군요.

 

그리고 김기덕과 비슷한 점을 저는 거의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서사적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할지 모르겠지만 ... 소설로 치면 문체가 아예 다른건데, 그 둘을 비슷하다고 하거나 비교를 하거나 하는건 서로에게 실례가 아닐까 하여 친구놈 뒤통수 때려주려다 참았습니다. 아무튼 볼륨 1, 2를 통틀어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몇가지 꼽아보겠습니다.

 

 

1. 어린 조와 친구 B, 유아의 성

 

저는 예전부터 유아~청소년의 성욕/ 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5~6살, 조숙한 아이들은 4~5살때부터 자위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게 단순히 문지르는 방식이든 압박 자위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그들이 성기를 통해 쾌감을 얻을 수 있다는걸 배운다는 거죠. 친구들과의 놀이나 자신의 몸을 스스로 만져보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런데 어른들은 보통 유아의 성을 억압하고 통제하려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숫제 부정하는 반응을 보이죠. 왜냐하면 불편하니까요, 아이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예쁘게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벌써부터 발랑 까진(?) 더러운 것부터 배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아이들이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쾌감에 집착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아동의 수준에 적합한 올바른 성교육을 조금 일찍 실시해 성욕의 통제법이나 발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게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영화에서 짧게나마 유아의 성욕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동시에 느끼한 치즈 피자먹다가 사이다마신 기분이 들더군요. 대단히 신선했습니다.

 

 

2. 위선과 본능의 첨예한 대립

침대에 앉아서 밀크티를 홀짝거리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조에게 샐리그먼은 때때로
상관없는 사족같은 이야기들을 하죠. 그것도 매우 공돌이스러운 이야기들요, 조에게 굴욕을 안겨주었던 3 + 5 라는 숫자를 듣고 피보나치 수열 이야기를 아주 거창하게 한다던가, K의 이야기에서 매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등산 로프 이야기를 한다던가 하는 식이죠.

 

그리고 동방교회 서방교회,클래식 음악, 성화 등 다양한 장르의 지식을 뽐내는 굉장히 현학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조의 '니그로'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이는 등 지극히 상식적인 모습과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인물이 마지막에 조에게 한 행동은 인간의 이성은 별로 쓸모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조는 샐리그먼과의 대화에서 자신은 위선을 아주 싫어한다고 했죠. 그리고 샐리그먼에게 조목조목 반박해주고 싶지만 피곤하다며 관둬버리고요. 그 대신 단 한발의 총성으로 모든 것을 명쾌하게 해결해버리죠.

 

 

조가 샐리그먼을 살해하는 것은 이중적인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본능을 상징하는 조가 위선과 이성을 대변하는 샐리그먼을 처단함으로써 인간의 이성과 위선이 얼마나 가증스러운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도 있고, 또 하나는 야한 영화라는 기대감을 품고 영화관을 찾은 뭇 남성들에게 ... '짜샤, 이건 그딴 영화가 아니니까 냉수나 먹고 속이나 차려라!' 하는 감독의 일침으로도 볼 수가 있겠죠.

 

사실 저 혼자 보러 갔다면 첫번째 의미로만 받아들였겠습니다만 같이 관람했던 남자사람 왈, '샐리그먼이 조를 겁탈하려다 사살당하는 장면에서 사실 엄청 뜨끔하고 부끄러웠다'고 하더군요. 자기의 조그마한 흑심이 다 까발려진 느낌이라나요.

 


3. 부녀관계와 에로티시즘


조는 아버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아버지와의 산책, 물푸레 나무를 바라보던 추억, 영혼의 나무 이야기..마치 그 둘은 소울 메이트같은 느낌을 주죠. 어떻게보면 마치 연인같이 풀밭에 같이 누워 하늘을 보는 등 아주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반면 어머니와의 관계는 무미건조하다못해 차갑습니다. 조가 어머니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어머니는 계속 등을 돌리고 트럼프를 하는 옆얼굴 정도만 나올 뿐, 카메라와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는 장면은 안나오더군요. 심지어 어머니더러 COLD BITCH라고 하는 부분에서 조금 섬뜩할 정도로 냉담한 모녀 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조와 아버지의 관계는 사실 전형적인 일렉트라 콤플렉스를 볼 수 있는 관계였습니다.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특히 아버지가 악몽에서 깨어나 조에게 매달리는 장면에서 흐르던 미묘한 성적 긴장감은 저만 느낀게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4. 삼각관계 


P와 조의 관계는 시작부터 불안했던 관계였습니다. 애초에 자연스럽지 않은 인위적인 만남으로 시작되었으니까요. 조는 P에게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추억들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면서 P와 천천히 교감을 하게되죠. P 또한 의지할 곳 없던 자신에게 다가와준 조에게 신뢰를 보내면서 제법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는 아버지와 미묘한 성적 긴장감이 있었음에도 아버지를 끝까지 아버지로 대했죠. 하지만 P는 부모같은 존재였던 조와 육체 관계를 맺습니다. 저는 이게 조와 P의 차이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롬과의 삼각 관계는 조의 가족들과 오버랩되는 감정구도를 형성하죠.

 

친밀한 딸과 아버지, 그리고 냉담한 어머니 VS 조의 연인이자 딸인 P와 옛 연인 제롬, 그리고 조의 구도. P가 제롬의 집으로 수금을 하러 다니는 동안 느닷없이 트럼프를 시작하는 조의 모습을 보면 제롬과 P, 조의 삼각관계와 조의 가족들이 대치되는 구도로 느껴집니다.

 

조 = p
아버지 = 제롬
어머니 = 조

 

조금 오버스럽게 해석하자면 조가 트럼프를 시작하는 장면은 조가 어머니를 딸로서 조금쯤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표현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기에는 조와 어머니의 관계 묘사가 너무 생략되어 있어서 확실하게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러닝타임이 각 두시간 반쯤 되는 아주 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화면에서 쏟아지는 여러가지 암시와 함축된 비유들을 읽어내기만도 버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볼륨 1은 대부분의 극장에서 이미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기회가 되면 꼭 두 편을 연달아 관람하시길 권합니다. 1만 보신다면 저처럼 머리를 감싸쥐고 비명을 지르실 거고, 2편만 보신다면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를 못하실 거니까요.

 

 

 

 

 

영진공 내개인듯내개아닌내개같은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