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프랑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화요일마다 프랑스 고전, 예술 영화를 소개하는 하이퍼텍 나다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마지막 지하철>을 상영하던 날.
평일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무려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관객들로 극장 로비가 들썩였다. 크지 않은 극장이지만 좌석은 금새 가득 찼고
내 앞의 앞 좌석에는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도 자리해 있었다.
그날은 트뤼포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보고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영화 <마지막 지하철>이 두 번 세 번 더 보고 싶을만큼 강렬한 영화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 그럴싸한 하루로 남을 거다.
* 까뜨린느 드뇌브의 매력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시작부터 줄곧 한눈을 팔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까뜨린느 드뇌브 때문이었다.
워낙 유명한 배우니까 진작부터 모습과 이름 정도는 매치시킬 수 있었지만 예전부터 얼음처럼 차갑고 귀족적인 이미지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었다.
'미인'이긴 하지만 금발의 마론인형처럼 인공적인 분위기에 별 매력을 못 느꼈고, 그녀의 출연작 역시 볼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재능도 알아채기 힘들었다. 이미 세자르상 여우주연상으로 인정받은 그녀의 명연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날엔 이상하게도 까뜨린느의 결벽에 가까운 완벽한 정갈함이, 어찌보면 과장되게 정돈된 깔끔한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다가 온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거울 속 스스로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으려면 안을 채우고 겉을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깊은 눈동자와 정갈함으로 무장한 중년의 까뜨린느가 뇌리에 콕 박힌 까닭은 아마도 내외면의 조화가 탁월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쉽게도 <마지막 지하철>에서 마음을 사로잡은 몇몇 장면을 찾을래야 찾을 수 가 없다. 모든 이미지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서인지 이미지 검색창이 소극적으로 탈바꿈 돼있다. 영화 이야기를 할래도 음악 이야기를 할래도 아무튼 어려워졌다. 그래서 내가 반해버린 까뜨린느의 모습은 기억 안에서만 훨훨 자유로울 뿐이다.
중년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군살 없는 몸매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정성스럽게 손질한 듯한 깔끔한 헤어스타일. 거기에 티끌 한 점 없이 투명하고 맑은 피부가 그랬다. 그녀가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어놓는 손짓도, 황급히 계단 위를 걸어 오르는 걸음걸이도, 남편을 위해 스튜를 젖는 동작도 모두 우아했다.
첫 공연을 성황리에 바치고 기쁨에 겨워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소녀같은 천진함도 엿보였다.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게 하는 건 그저 깊은 눈, 무게있게 흔들리는 두 눈동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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