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예창작위

[엽편] 모자의 비밀

모자의 비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커다란 모자를 쓰고 다녔습니다.
높이가 머리의 두 배는 되는, 괴상한 모자였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우연히 그를 본 사람은 누구라도
그날이 채 지나기 전에 다른 사람을 붙잡고
모자에 대한 수다를 떨지 않곤 못 배기는 것이었죠.

그러나 그는 그 모자를 사시사철 쓰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아주 중요한 보물이라도 있는 듯
누군가 모자를 벗어달라고 하면
정색을 하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모자를 벗는 장소는 오직 자신의 집 뿐이었는데,
주로 하루가 끝나가는 늦은 밤시간이었습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모자를 벗으면,
낮 동안 감추고 다닌 믹서가 드러나는 것이었죠.
그러면 그는 믹서의 버튼을 눌렀습니다.
믹서가 우웅- 소리를 내며
종일 쌓인 생각을 잘게 갈아 섞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평화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리곤 했던 것입니다.

"생각이 너무 딱딱 정리되어 기록되면,
머리가 아픈 법이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진공 도대체

'문예창작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편] 풍선  (3) 2007.12.19
[엽편] 인정  (0) 2007.12.13
[엽편] 아가씨의 과자  (0) 2007.11.28
[엽편] 할머니와 콩  (0) 2007.11.12
[엽편] 기억을 먹는 아이  (1) 2007.11.01